목공의 구분을 집을 짓는 등의 대목, 가구를 만드는 등의 소목으로 크게 나누는데 오늘은 소목 중에서도 작은 조리기구 등을 만들 때 ‘깎는(Wood Carving)’ 작업에 쓰이는 칼들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깎는 도구로는 대패, 끌, 도끼, 등도 있습니다. 대패는 면을 다듬는데 주로 사용되고 도끼는 크게 쪼개내는데 사용됩니다. 끌은 주로 홈을 파내는데 사용됩니다. 각각에 대해서도 시간이 될 때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쇠를 잘 다루는 목수 분들(철공도 잘 하시는 분들이라고 봐야죠.)은 자신의 손에 맞는 칼을 직접 만들어 쓰시기도 합니다. 저도 제 칼을 만들어 사용해보고 싶어 못쓰게 된 절단기 날을 잘라서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날의 날카로움을 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날이 잘 서있지 않으면 잘 깎이지도 않지만 힘을 주다가 다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어떤 칼이든 날을 잘 세워서 써야 합니다.

칼의 날이 날카롭기 위해서는 그 칼의 재질이 좋아야 하고(탄소강 등등), 전문가의 전문적인 열처리(담금질, 뜨임 등)가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칼갈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비 전문가들은 만들 생각 말고 좋은 칼을 잘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숟가락처럼 오목한 곡면을 파내야 하는 일이 있기 전에는 저는 간단히 일본제 목공용 칼인 OLFA 제품을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보통 문구점에서 파는 커터들은 나무를 깎기에는 너무 얇아서 잘 부러지는데 이 칼은 부러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튼튼하면서도 연필깎기 칼만큼 날카롭습니다. 무뎌지면 숫돌에 갈어서 써도 되지만 크게 비싸지 않으니 칼날만 사서 바꿔켜 사용하면 됩니다. 카빙 작업을 많이 하기 전에는 목공 작업복에 항상 가지고 다니며 쓰던 칼입니다.

본격적으로 카빙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된 칼이 ‘Morakniv’입니다. 스웨덴 브랜드입니다.
스웨덴 지역의 원주민 전통 부족을 ‘사미족’이라고 하는데 현재도 사슴을 유목하며 살아갑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걸쳐 거의 1년 내내 이동하며 지내는 이 부족들의 허리춤에는 다용도로 사용되는 전통 칼이 있는데 저는 처음 모라 나이프를 봤을 때 딱 사미족의 칼이 생각났었습니다.


<예술품에 가깝게 제작된 사미족의 칼. 보통은 나무 칼자루에 사슴가죽 케이스로 만들어 사용한다. >
(니칼루옥타 사미족 소개 책자에서. Feat. 6일간의 트래킹으로 제대로 깎지 못한 내 손가락)

 


<키루나(Kiruna) 시청에 전시되어 있던 사미족 전통의상 사진전의 한 작품>

사미족이 유목하는 지역은 북극권이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랄 수 있는 나무라곤 자작나무 정도입니다. 제가 경험한 자작나무도 참나무보다 더 단단했으니, 사미족이 사용하는 칼은 그만큼 예리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 예상이 아니고라도 목재와 가구가 발달한 스웨덴이므로 나무를 깎는 명품 칼 브랜드가 하나쯤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제품이 120번 제품입니다. 비슷하게 106번 제품이 있는데 칼날이 조금 더 깁니다. 저는 나무를 깎을 때 칼날이 짧을수록 손이 편해서 120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꽤 두꺼운 칼날이지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날이 예리하고 날카롭습니다. 회를 뜨는 일본 명품 칼을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이보다 예리할까 싶을 정도입니다. 처음 사용할 때는 여러 번 깊숙이 손가락을 베였답니다. 너무 예리한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작업하게 됩니다. 어떠한 단단한 재질의 나무도 사각사각 깎여 나갑니다.

 

제가 숟가락의 홈을 팔 때 주로 사용하는 ‘Hook knife 164S’ 모델입니다. 오른손으로 잡았을 때 안쪽으로 날이 나있습니다. 반대편은 날이 없어서 손가락을 대고 밀며 깎을 수도 있습니다. (지렛대작용으로 더 힘들이지 않고 깎을 수 있게 합니다.)

이걸 사용하다보니 반대쪽에 날이 있는 칼도 필요하게 되더군요. 즉 가끔은 오른손으로 잡고 바깥쪽으로 밀며 깎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 것이 ‘Hook knife 163S’입니다.

이 제품은 안쪽-바깥쪽-위쪽까지 3면이 칼날입니다. 그래서 매우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원래는 Hook knife 164S 날과 반대로, 바깥쪽으로만 날이 있는 칼인 줄 알고 구매했었습니다.(일부 사진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라 나이프에 그런 날의 제품은 없습니다.

163S의 칼날이 164S보다도 더 날카로운 것 같습니다. 침엽수 처럼 단단하지 않은 나무들은 조금만 과장한다면 두부 잘리듯 깎인다고 생각될 정도로 예리합니다. 아쉬운 것은 역시나 양쪽 날이어서 좀 더 힘줘서 깎아야 할 때 칼날을 직접 밀수 없다는 점입니다. 골무를 끼고 밀었다가 왼손 엄지에 아주아주 깊은 자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었답니다. 골무도 마치 두부처럼 -_-;

시중에는 이런 칼도 보호하는 보호장갑을 팔기도 하지만, 칼을 존중하고 잘 사용하는 것이 우선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무리하지 않고 힘들이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리한 모라 나이프로도 큰 숟가락의 홈을 다 파는 데는 한참이 걸립니다. 인내심과 어깨에 붙일 여러 장의 파스가 필요하게 됩니다.>

모라 나이프 외에 다른 브랜드, 다른 모양의 칼들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써보지 않았고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가 모라 나이프여서 오늘은 모라 나이프만 언급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올해는 시간 날 때마다 주방에서 쓸만한 것들을 깎았습니다. 올해 만든 것들을 모아놓은 사진을 첨부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HAMA

hama@intermono.com

음악을 좋아해서 가끔 만들기도 하고, 주로 나무를 좋아하지만 재료를 가리지 않고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며, 요즘은 나무가 스마트 해지는 것에 몰두해 있습니다. 걷는 여행을 좋아하고 요즘은 백패킹까지 하며 좀 더 길게 걷고 있습니다. 인터모노에서 전자회로 설계와 외관 디자인 등 전반적인 Product Design을 맡고 있습니다.